내수 중심 엔지니어링 산업, 해외 시장으로 눈 돌린다
정부가 내수 중심인 엔지니어링 산업 혁신을 위해 해외시장 진출과 엔지니어링 디지털화, 고부가시장 창출을 적극 확대키로 했다.
지난해 페루 친체로 신국제공항 프로젝트 관리사업을 수주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연 것과 비슷한 사례를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7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심의를 거쳐 관계 부처 합동으로 ‘엔지니어링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엔지니어링은 과학기술 지식을 응용해 수행하는 사업 또는 시설물에 관한 활동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발전·가스플랜트 등 산업시설, 교량 등 기반시설을 기획·설계하고 구매·조달,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번 전략에서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고부가 영역의 시장 창출 ▲신남방 지역 중심으로 수출 저변 확대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엔지니어링의 디지털화 ▲공정한 산업생태계 조성 등 4개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고부가 영역의 시장 창출을 위해 공공기관을 활용한 시범사업을 발굴하고, 그 실적을 쌓아 공공기관과 엔지니어링 기업의 해외 동반 진출을 추진한다.
그동안 이 분야는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수행해 민간 기업에 사업 기회가 없었고, 해외에서도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선진국 업체가 독과점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공항공사가 도화엔지니어링 등 기업 3곳과 함께 페루 친체로 신국제공항 프로젝트 관리 사업을 수주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이런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국내 시장 형성의 열쇠를 쥔 공공기관이 민간기업과 함께하는 시범사업 8건을 발굴·추진하고 성과를 검증해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범사업은 전력, 가스 등 에너지 분야부터 발굴하고 통합운영 관리 분야는 기반시설 노후화에 대응해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공공기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지원 사업에 참여가점을 주고, 실증 및 사업화 지원, 우수협력 공공기관으로 포상 등의 혜택도 마련했다.
주요 권역별로 수주지원 체계도 구축한다. 지난해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 수주는 8조4000억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내수가 7조4000억원으로 90%를 차지할 정도로 내수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에따라 정부는 수출 활성화를 위해 퇴직 인력을 매칭하고 보증 확대와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타당성 조사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신남방 지역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은 2021년까지 손해보험사와 공동으로 수출대금 미회수 위험을 담보하는 상품을 개발·출시하고, 2022년까지 해외 공동보증 프로그램을 베트남에서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엔지니어링의 디지털화에 대한 구상도 제시했다.
이는 프로젝트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복잡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설계 오류 등을 바로잡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업계와 공동으로 설계부터 통합운영 관리까지 엔지니어링 전주기의 통합 빅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플랫폼과 데이터 변환, 표준화 기술 개발도 추진된다.
빅데이터 구축의 핵심인 데이터는 기반시설의 설계·운전 등 데이터를 보유한 공공기관과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으로부터 수집한다. 기존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려는 기업에는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고 데이터 중 일부를 수집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미 40여개 기업이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구축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으며 공공기관, 정보기술(IT) 솔루션업체,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산·학·연 협의체를 구성해 지원할 방침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인공지능 기술과 만나 설계 검증, 기자재 추적, 사고·고장 예측 등 디지털 엔지니어링 구현에 활용된다.
정부는 공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적정한 사업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토대도 구축하기로 했다. 인건비 산출의 기초인 표준품셈(단위 작업당 투입 인원수)을 현재 12건에서 2022년까지 44건으로 확대하고 기술력을 중심으로 상대평가를 강화하는 등 저가 입·낙찰을 유도하는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엔지니어링은 건설·플랜트·제조 등 많은 연관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국가 전략산업”이라며 “국내의 역량을 결집해 고부가가치 영역과 디지털 전환에 과감히 도전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앞으로 3년간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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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