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출사표를 던지고 WTO 교역질서 및 국제 공조체제 복원 강화 등의 포부를 밝혔다.
유 본부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 다른나라들의 후보자들과 치열한 경합의 길로 들어선다”면서 “스위스 시간으로 오늘 중 주 제네바대표부를 통해 WTO 일반이사회 의장 앞으로 입후보 의사를 공식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유 본부장의 WTO 차기 사무총장직 입후보를 의결했다.
유 본부장은 출마의 변을 통해 “새로운 무역협상 타결에 실패하고 분쟁해결 기능의 실효성을 잃는 등 위기에 처한 WTO의 교역질서와 국제공조체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익 제고에 중요하다”면서 “우리의 높아진 위상과 국격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요구에 주도적으로 기여할 때가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WTO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 대립을 조율할 수 있는 중견국(middle powe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한국은 무역을 통한 성장 경험과 비전, 다수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신뢰를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개도국과 선진국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WTO가 21세기 통상환경에 맞게 개편되는 데에는 회원국들간 신뢰와 통합이 필요한만큼, 중견국인 한국이 이 부분에서 주도적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WTO 사무총장에 나서는 포부도 내비쳤다.
유 본부장은 “25년의 공직생활 기간 동안 꾸준히 통상분야에서 일해 오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를 WTO의 개혁과 복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WTO 본연의 역할인 협상과 중재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협상기능을 복원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실성을 가질 수 있도록 WTO 협정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면서 “분쟁해결제도와 전자상거래 등 국제규범의 재정비가 시급한 분야에서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도 앞장서겠다는 각오도 피력했다.
유 본부장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회원국들의 요구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도전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국제적 위기대응 공조를 선도하는 WTO로 그 역할과 기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WTO가 향후 25년에도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견고하게 지위와 위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국제기구로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후보등록 → 선거운동 → 회원국 협의’ 순으로 진행되며 회원국과 협의(consultation)를 통해 지지도가 낮은(컨센서스 가능성이 낮은) 후보부터 탈락시키는 절차를 반복, 최종 단일 후보에 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후보자 등록기간(6.8~7.8) 이후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WTO 사무국은 사무총장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차를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WTO 사무총장 선거운동은 3개월, 회원국 협의는 2개월 소요되는 것이 원칙이나 사무총장직에 공백이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는 단축이 가능하다.
24일까지 유 본부장을 제외한 나이지리아, 이집트, 멕시코, 몰도바 등 총 4개국 후보자가 입후보한 상황이며, 등록마감일인 7월8일까지 추가 후보 등록 가능성도 있다.
WTO 사무총장의 임기는 4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정부는 산업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TF를 구성,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입후보 활동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해 1992년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유 본부장은 국내 최고의 여성 통상전문가로 통한다. 상공부(산업부 전신) 설립 이래 여성 공무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2018년 통상교섭실장(1급)에 오르면서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어 지난해 2월 통상교섭본부장(차관급)까지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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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