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 알지? 전 세계 최고 부자라는 억만장자 베저스도 오랜 꿈이 하나 있었다고 해. 바로 우주여행이야. 베저스는 아마존 말고도 민간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을 2000년에 설립했어. 그런 베저스가 2021년 7월 평생의 소원을 드디어 이뤘어.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로켓 ‘뉴 셰퍼드’(토막 상식 하나! 셰퍼드는 1961년 처음 우주여행을 한 미국인이야)를 타고 대기권 경계면인 약 100km 상공까지 날았다가 지구로 귀환했거든. 11분간의 짧지만 환상적인 우주여행에 성공한 거지. 우리나라도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어. 2021년 10월 21일 어스름해질 무렵 우리를 설레게 했던 누리호 기억하지? 우리나라 우주과학기술의 결정체로 불린 누리호가 우주로 통하는 관문인 나로우주센터(전남 고흥) 발사대를 출발해 역사적 비행에 나섰던 거. 모두 가슴을 졸이며 지켜봤지.
엄청난 굉음의 엔진 폭발 소리와 함께 이륙한 누리호는 목표 궤도인 우주 700km 고도까지 차분하게 비행을 이어갔어. 1, 2, 3단 분리도 잘 이뤄졌고. 그런데 마지막 단계에서 누리호에 실은 ‘더미 위성’(1.5톤 무게의 가짜 위성)의 속도가 충분히 나지 않아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고 이탈했어.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지.
우주 강국 대한민국 미래의 밑거름
너무 풀 죽을 필요는 없어. 누리호가 목표로 했던 고도까지는 위성을 성공적으로 싣고 갔기 때문이야. 순수 국내 우주과학기술로 우주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점에서 K-로켓의 장밋빛 희망을 봤다고 할 수 있어. 사실 로켓 개발 역사에서 어느 나라든 첫 발사 성공률은 30%가 안 되거든. 누리호 개발 프로젝트에는 지난 12년 동안 예산 2조 원을 들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 300여 곳이 참여했어. 그만큼 누리호를 개발하면서 쌓인 우리나라 우주과학기술은 과거보다 한 단계 성장했다고 할 수 있는데 언젠가 달성할 우주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에 밑거름이 될 거야. “우주는 실패를 용인하는 국가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신령한 영토”(누리호 엔진 개발자 김진한 박사)라는 말처럼 2022년 5월 실제 인공위성을 실어 보내는 2차 누리호 발사의 성공을 다시 한번 응원해보자고.
‘누리호 발사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거야?’ 사실 정부가 누리호 발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 자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거야. 우주과학기술에는 그 나라의 모든 역량이 총집결돼 있어. 누리호를 구성한 37만 개 부품이 최적의 시기에 최고의 성능을 내야 발사할 수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거야.
3300℃의 화염과 영하 183℃의 극저온 속에서 연료를 안정적으로 연소시키는 기술! 좀처럼 가늠이 되니? 여기에는 기초 과학은 물론이고 전기·전자·기계·화학·소재 분야까지 각국이 보유한 그 시대의 최고 기술력이 들어 있어. 그렇다 보니 1톤 이상 발사체를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인도 등 6개국뿐이야. ‘절반의 성공’이기는 해도 우리나라는 순수하게 자체 기술만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린 세계 일곱 번째 국가가 되는 거지.
1차 발사 성과와 아쉬움 디딤돌 삼아
우주과학기술은 우리 실생활에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해. 방송·통신·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에 인공위성이 활용되는 건 다 알 거고 공기청정기와 매트리스, 정수 필터, 컴퓨터용 마우스, 휴대전화 카메라, 연기 감지기, 신발 안창 같은 제품도 전부 우주과학기술에서 파생된 제품들이지.
1차 발사를 마친 누리호는 성능을 보완해 2027년까지 추가로 5회 더 우주로 여행을 이어갈 예정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당장 2022년 5월 진짜 인공위성을 탑재한 2차 발사에 나설거야. 사실 인공위성 제작 비용에만 2000억 원이 들어가서 인공위성 기술 검증이 아니라 발사체 기술 검증이 목표였던 이번 1차 발사 때는 실패 가능성을 고려해 가짜 위성을 실었던거야. 1.5톤짜리 돌덩어리를 실었다고 이해하면 돼. 이제 2차 발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1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실제 인공위성을 누리호에 실어서 우주로 보낼 계획이야.
누리호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이 발사체 기술을 활용해 2030년에는 달착륙선의 꿈을 실행에 옮길 거야. 궁극적으로는 더 먼 우주로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목표야. 2021년 2월이었지? 미국 화성 탐사 로봇 ‘퍼시’가 화성의 대지에서 순수한 바람 소리를 녹음한 오디오 파일을 보내왔던 거 생각나지? 화성의 소리가 지구에 전송된 건 처음이었는데 우리도 누리호 1차 발사의 성과와 아쉬움을 디딤돌 삼는다면 자체 우주과학 기술로 한반도에서 화성의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거야.
미래 세대를 위한 우주를 향한 꿈
잠깐, 여기서 상식 퀴즈 하나 내볼게. 인류가 쏘아 올린 최초의 우주선은? 바로 1957년 옛 소련이 우주로 보낸 스푸트니크 1호 인공위성이야. 그 뒤로 60년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류는 끊임없이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열망으로 기술개발에 온 힘을 다하고 있어. 우주과학기술은 각국이 보안에 철저해 일부 선진국만 갖고 있는데 우리도 그 대열에 조만간 함께하게 될 거야.
아마존 창업자 베저스가 왜 우주탐사 기업에 ‘블루 오리진’이라는 이름을 붙인 줄 알아? 바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가 ‘파란 구슬’로 보였기 때문이야. 우주 진출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회사명을 블루 오리진으로 지었다고 해. 베저스는 지구 오염의 주범인 산업 시설을 우주공간으로 옮기려고 우주 산업에 뛰어들었다고 해. 베저스는 “지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원래 모습으로 보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어.
우주를 향한 우리의 꿈도 결국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닐까 싶어. 정부가 수십 년의 장기 계획을 세워 수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 미래를 위한 투자인 셈이지. 문재인 대통령이 누리호 발사 뒤 “우주에 관해 관심이 높은 미래 세대가 많은 만큼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 보급하는 것을 검토해보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 거지. 우리나라도 도전 정신을 갖고 실패를 발판 삼아 한 걸음씩 나아가면 자라나는 세대가 자체 우주과학기술로 개발한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서 ‘파란 구슬’의 지구를 바라보는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그날을 기다리면서 ‘누리호 개발’이란 험난한 여정에 나선 연구원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자고.//
“누리호 비행시험 완료 자랑스럽습니다”
“누리호 비행 시험이 완료됐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직접 참관한 직후 대국민 연설로 시험 결과를 국민에게 알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0월 24일 페이스북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뒷얘기를 전했다.
박수현 수석에 따르면 누리호 발사 뒤 데이터 분석 도중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문 대통령에게 “위성 모사체(더미 위성) 궤도 안착 실패가 예상된다”는 소식을 보고했다고 한다. 상황이 예상과 다소 다르게 전개되자 사전에 작성한 대통령 연설문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박 수석은 “과학기술보좌관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콘셉트로 연설문을 ‘톤다운’하자고 제안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으나 1·2단 분리와 페어링 분리 등에 성공했으니 과장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취를 최대한 축하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직접 연설문을 수정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후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우리가 이룬 성취를 국민들께 잘 전달하고 연구진의 사기를 북돋워드리라”고 재차 주문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앞서 발사 수일 전 청와대 내에서는 “만약 발사가 실패할 경우 대통령 연설 없이 연구원들 격려만 하고 돌아오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문 대통령은 “실패하더라도 생방송 연설을 하겠다”며 일축했다고 한다.
한편 박 수석은 2021년 3월 나로우주센터에서 실시된 누리호 발사체 1단부 최종 종합연소시험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박 수석은 “시험이 성공적으로 종료된 후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 대통령은 성공을 축하하는 누리소통망(SNS) 메시지 초안을 직접 작성해 과학기술보좌관에게 친필 메모로 전달하고 의견을 물어봤다”며 “문 대통령의 우주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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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