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 불러온 한강 열풍… ‘소년이 온다’ 2024 베스트셀러 1위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도서 관련 이슈와 도서 판매 데이터를 종합해 ‘2024년 베스트셀러 트렌드 및 도서 판매 동향’을 공개했다.
2024년 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의 주인공 ‘한강’이 탄생했다. 영예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이른바 ‘한강 열풍’을 일으키며, 한강 작가의 저서는 연간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5권이나 자리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다른 도서 구매로도 이어지며 오랜만에 서점가가 활기를 찾았다. 이외에도 2024년에는 철학서부터 문학까지 ‘고전’이 변함없는 가치를 증명하며 다시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고, 원작 도서들은 인기리에 영화·드라마화되며 역주행했다. 독서의 흐름은 ‘미래 독서 인구’인 1020세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간결하고 흐름이 빠른 도서를 선호하며 인플루언서 저서를 신뢰하는 1020세대를 통해 향후 출판 트렌드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강 열풍’과 함께 비상한 K-소설… 거장들의 귀환까지
◇ 베스트셀러 점령한 ‘한강’, 한강 외 문학도 13.7% 판매 증가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이슈는 단연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었다. 10월 10일 예상치 못한 깜짝 수상 소식은 서점가에 ‘한강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도 새로운 흐름을 맞이했다. 한강 작가의 저서는 수상 이후 전년 동기(10/10~11/30) 대비 약 100배(9964.4%) 판매가 급증했다. 그중 종합 1위에 오른 ‘소년이 온다’는 7주 연속 정상을 유지 중이며, 또 다른 대표작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 또한 5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한강 도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곧이어 문학 도서 판매 훈풍으로 이어졌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강 저서를 제외한 소설/시/희곡, 즉 문학 분야 판매량은 전년(10/10~11/30) 대비 13.7% 증가했다. 노벨문학상 외에도 해외 주요 문학상에서 값진 수상을 하거나 수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 관심을 받은 도서들도 함께 주목받았다. 2024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작은 땅의 야수들’과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철도원 삼대’는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 이후 각각 36배, 95배 판매가 치솟았다.
◇ 믿고 읽는 작가의 귀환! 한국문학계 스타 작가들 신작 공개
독자들이 기다려온 한국문학계 스타 작가들의 신간 장편소설이 새롭게 출간되며 서점가가 활기를 찾기도 했다. 5월에는 ‘불편한 편의점’으로 힐링 소설 열풍을 이끈 김호연 작가의 신작 ‘나의 돈키호테’가 독자들을 찾았으며, 8월에는 ‘스릴러의 여왕’ 정유정 작가의 신작 ‘영원한 천국’과 김애란 작가가 13년만에 선보인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출간과 동시에 나란히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나의 돈키호테’와 ‘영원한 천국’은 4050세대 구매가 각각 76.8%, 68.9%의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3040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고전문학 탐독의 매력! 쇼펜하우어와 양귀자를 ‘읽고 쓰다’
◇ 고전 열풍을 주도한 ‘쇼펜하우어’
올해는 각종 철학서부터 2000년대 이전 소설에 이르기까지 ‘고전’의 힘이 돋보였다. 고전 열풍의 대표주자 ‘쇼펜하우어’ 관련서는 작년 15권에서 올해 51권까지 출간이 늘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배(111.3%) 급증했다. 2024년 연간 베스트셀러 9위에 등극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지난해 말 TV 예능 ‘나 혼자 산다’로 주목받으며 올 한 해에만 총 30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오르고 6주간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더불어 ‘쇼펜하우어’ 키워드 도서인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등도 큰 사랑을 받았다.
쇼펜하우어 외에도 고된 현실 속 위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동서양 사상가들의 명언서가 인기를 끌었다. 먼저 동양 사상에서는 근엄한 종교의 대명사였던 불교의 변신이 화제를 모으며 불교 관련서들이 주목받았다. 부처의 가르침을 현대어로 재해석한 ‘초역 부처의 말’이 지난 5월 출간 이후 9주간(6월 2주~8월 2주) 종합 20위권을 지킨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굴곡진 인생사에도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를 강조했던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쉽게 풀어낸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등이 주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 SNS 글귀로 화제된 ‘모순’… 고전 문학의 역주행
문학 분야에서도 고전이 활약했다. 1998년 출간된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은 26년이 지난 2024년 역주행 신화를 새로 썼다. ‘모순’은 올해 전년 동기 대비 140.7% 판매가 증가하며, 11주간 종합 20위권 내에 자리했다. SNS에서 감명 깊은 글귀를 서로 공유하는 문화가 독서가들 사이 자리 잡은 가운데, ‘모순’의 글귀가 지난해부터 다수 공유된 결과다. 특히 5년 전인 2019년에는 30대 구매자가 52.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것에 반해 올해에는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에서 고른 인기를 얻으며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한 점이 눈에 띈다. ‘모순’ 외에도 ‘힙불교’ 열풍의 ‘싯다르타’를 비롯해 ‘데미안’, ‘인간실격’ 등 2000년대 이전 고전이 소설/시/희곡 분야 50위권 내 11권이나 오르며 고전의 가치를 증명했다.
◇ 문해력을 걱정하는 사회, ‘필사’ 도서를 찾다
고전의 인기는 독해력과 문장력을 함께 기를 수 있는 ‘필사’ 도서와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헤르만 헤세부터 장자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의 명언부터 필사하기 좋은 국내외 문학 글귀를 한데 모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28주간 종합 10위권을 유지하며 2024년 연간 베스트셀러 4위와 인문 분야 1위에 등극했다. 이와 함께 부족한 문해력이 이슈가 되는 사회 속 독자들의 관심이 더해지며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등 필사 관련서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6배(165.9%) 상승했다.
‘콘텐츠 IP’의 힘… 드라마·영화 원작도서 역주행
최근 화제가 된 영화·드라마의 공통점은 모두 ‘원작’이 있다는 점이다. 2024년에는 ‘슈퍼 IP(지식재산)’를 보유한 각종 원작도서들이 인기리에 영화드〮라마화되며 역주행했다.
◇ 상반기 해외 SF블록버스터 흥행, 원작 도서까지 확대
상반기에는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드라마 공개와 함께 원작 해외 SF 소설이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 영화 ‘듄: 파트 2’의 개봉과 함께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을 찾는 독자들이 늘며 ‘듄 신장판 전집 세트’ 판매량은 전년 대비 6배(506.4%) 증가했다. 이어 3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의 원작 ‘삼체 1~3세트’는 4주 연속(3월 4주~4월 3주) 소설/시/희곡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약 27배(2649.0%)의 판매 성장세를 보였다.
◇ 하반기 국내 스크린셀러, 드라마셀러의 역주행
하반기에는 한국소설과 국내 웹툰이 영화·드라마화되며 원작 도서가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0월 영화 개봉에 이어 동명의 드라마가 공개되며 최고의 인기 원작으로 떠오른 ‘대도시의 사랑법’은 전년 대비 32배(3133.3%) 급증한 판매량을 보였다. 종합 순위 1000위권 밖에 머물던 ‘대도시의 사랑법’은 영화가 개봉한 10월 1주 차에 소설/시/희곡 분야 12위에 올랐고, 드라마가 공개된 10월 4주 차에는 종합 베스트셀러 46위를 기록했다. 인기 드라마 ‘정년이’의 원작 웹툰 ‘정년이’ 단행본은 10월 드라마 첫 방영 이후 전년 대비 11배(1062.5%)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10월 말 공개돼 글로벌 5위를 기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2’의 원작 웹툰 ‘지옥’ 단행본은 판매량이 7배(640.8%)나 급증하며 눈길을 끌었다.
‘숏폼’과 ‘인플루언서’ 선호하는 1020… SNS 닮은 독서 문화
책 읽는 1020세대가 늘고 있다. 소설/시/희곡(38.1%), 인문(13.0%), 에세이(8.5%) 등 1020세대의 단행본 구매량은 분야별로 최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1020세대는 SNS와 가장 친근한 만큼 ‘숏폼’처럼 흐름이 빠른 책과 함께 SNS에서 토막으로 공유되며 화제가 된 도서를 찾아 읽는 경향이 강했다. 또 종합 베스트셀러보다는 ‘인플루언서’ 작가의 책을 믿고 읽었다.
◇ 숏폼처럼 빠르게 읽는 ‘한국 시’ 선호
1020세대는 짧은 영상으로 빠르게 콘텐츠를 흡수하는 ‘숏폼’처럼 간편하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짧고 감각적인 언어로 감성을 자극하는 ‘한국 시’에 관심을 가졌다. 1020세대의 ‘한국 시’ 분야 도서 구매량은 전년 대비 올해 56.4% 증가하는 등 최근 5년 연속 상승세다. 특히 1020세대가 많이 구매한 한국 시 10위권 내에는 차정은 작가의 ‘토마토 컵라면’과 ‘여름에는 상처가 제철’을 비롯해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정), ‘샤워젤과 소다수’(고선경),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된다’(서덕준) 등 SNS에서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는 ‘인플루언서 시인’들의 시집이 다수 올랐다.
◇ 친밀감 쌓아온 인플루언서 책, 믿고 구매
에세이 분야에서도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인플루언서 작가의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8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육아·일상 유튜버 ‘리쥬라이크’ 유혜주, 조정연 부부의 ‘우리는 사랑 안에 살고 있다’가 1020세대 에세이 판매 1위를 달성했고, Z세대 대표 유튜버 ‘빵먹다살찐떡’의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코미디언 겸 유튜버 ‘빠더너스’ 문상훈의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 차례로 2위와 3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배우 문가영의 ‘파타’, 가수이자 배우 김창완의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12만 인스타그래머 김상현의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 10위권 내에 자리했다.
◇ 음악 듣다 책 산다, 북 플레이리스트
이외에도 책을 소개하는 ‘북튜브’, 고전 도서를 요약해 읽어주는 ‘15분 완독’ 콘텐츠 등이 1020세대에서 인기를 끌었다. 콘텐츠에 언급된 유명 고전 ‘인간 실격’과 ‘데미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방인’은 1020세대 소설/시/희곡 분야 20위권 내에 자리했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에 이어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 4위를 차지했다. 특히 ‘모순’의 1020 구매자 비율은 5년 전 대비 약 2배 증가한 21.1%로 늘어난 인기를 실감케 했다.
2024년 종합 베스트셀러 30위권 분석
2024년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30위 내에는 1위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채식주의자’(2위), ‘작별하지 않는다’(3위), ‘흰’(6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8위) 등 한강의 책만 6권 자리하며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양귀자의 ‘모순’(20위),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22위)을 포함해 ‘소설/시/희곡’ 분야 도서 8권이 베스트셀러 30위권 내에 오르며 문학의 저력을 뽐냈다.
문학 외에도 ‘청소년’과 ‘자기계발’ 분야의 약진이 돋보였다. 청소년 분야에서는 인문학 멘토 김종원의 에세이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과 영국 옥스퍼드대 한국학 필수 도서로 선정되며 역주행한 배우 차인표의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 각각 18위와 21위에 올랐다.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2023년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세이노의 가르침’(5위), 모든 것을 보여주는 사회 속 ‘겸손과 절제의 미덕’을 강조한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14위), 조직심리학자 벤저민 하디의 ‘퓨처 셀프’(26위), 18년만에 복간된 사이토 다카시의 대표작 ‘일류의 조건’(28위)까지 총 4권의 책이 30위권 내 자리했다.
올 한 해는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켜온 다양한 분야의 ‘스테디셀러’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연간 베스트셀러 4위에 오른 인문서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를 비롯해 5위 자기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 7위 경제경영서 ‘불변의 법칙’ 모두 2024년 한 해 동안 ‘25주 이상 종합 10위권’에 자리하며 꾸준히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외에도 연간 9위를 차지한 인문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17주 간, 12위에 오른 에세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총 10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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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