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수습된 고대 유리 용기 조각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오는 29일 개최되는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상남도 함안군에 있는 아라가야 지배계층의 무덤군(사적)
함안군(군수 조근제)과 경남연구원(원장 송부용)이 지난 2021년 발굴조사한 75호분에서는 5세기 무렵 제작된 중국제 연꽃잎무늬 청자그릇 1점이 출토되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는 일반적으로 ‘로만글라스’라 칭하는 둥글게 말린 장식이 달린 감청색 유리 조각이 아라가야 권역에서는 최초로 수습되었다. 이와 비슷한 형태의 유리 조각은 경주 금관총, 사천왕사지 등 신라권역과 김해 대성동 고분군 91호분, 합천 백암리사지 등 가야권역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있으므로 아라가야가 주변국과 활발하게 교류하였음을 보여준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서는 유리의 생산지 확인을 통해 유입 경로를 파악하고자 함안 말이산 고분군 출토 유리 조각 2점과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경주 사천왕사지에서 출토된 유리 조각 각 1점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4점의 유리 조각은 칼슘(라임)의 함량이 높고 알루미나 함량이 낮아 로만글라스라 부르는 소다-라임 유리[이하 로만글라스(소다-라임 유리)]로 확인되었다.
로만글라스(소다-라임 유리)는 소다 원료를 기준으로 다시 로마유리(Roman glass) 또는 사사니아유리(Sasanian glass)로 분류되는데, 4점을 소다 원료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로마유리(Roman glass) 또는 사사니아유리(Sasanian glass)의 분류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천마총, 황남대총 등 신라 고분에서 출토되는 로만글라스(소다-라임 유리)가 전형적인 로마유리 또는 사사니아유리 범주 내에 포함된다는 점과 비교할 때 분명하게 차이점이 확인된다. 이로 미루어 보아 4점의 유리 용기 조각은 제작과정에서 기존 로만글라스(로마유리 또는 사사니아유리)와는 다른 제작원료를 사용하였고, 제작 집단 또한 상이하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 소다-라임 유리: 용융온도를 낮추기 위해 소다(Na2CO3)를 융제로, 라임(CaO)를 안정제로 첨가하여 제작한 유리이다.
* 로마유리: 로마제국에서 생산된 유리를 일컬으며, 제작 원료로 네트론(Natron) 광물을 이용하여 제작되어 네트론유리(Natron glass)로 칭하기도 한다.
* 사사니아유리: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산제국(사산왕조 페르시아)에서 제작된 유리로 식물재를 원료로 제작되어 식물재유리로 칭한다.
또한 로만글라스 형태의 유리 용기 조각이 영남권역에서만 발견되는 점을 볼 때 제작지와 제작 원료가 다양한 로만글라스가 고대에 한반도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유통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연구가 향후 출토되는 유리에 대한 고고·과학적 연구를 뒷받침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도 가야문화권 대외 교역과 교류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새롭게 밝혀지는 연구 성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과 공유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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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