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너무 아름다워. 이 재규어! JAGUAR F-PACE 20d CHEQUERED FLAG EDITION

세상에 너무 아름다워. 이 재규어!

JAGUAR F-PACE 20d CHEQUERED FLAG EDITION




독일차 일색의 국내 환경은 누군가에게는 반골 정신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수많은 브랜드에서 신형이 나올 때마다 개성을 강조하지만, 워낙에 많이 팔리는 탓에 개성을 추구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강남 쏘나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클론화 되어가는 자동차 판에서 살만한 차가 없다고 좌절하지 말길. 개성과 아우라가 풍성한 재규어 F 페이스라면 답을 제시할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요소를 한데 모은 운전석 레이아웃



인제니엄 엔진 덕분에 성능과 효율이 뛰어나다


환희와 긴박함이 공존하는 F 페이스

전 세계 SUV 열풍은 새침데기 같던 고성능 브랜드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BMW X5나 포르쉐 카이엔이 출사표를 던지기 전까지는 벤틀리, 롤스로이스, 에스턴마틴, 페라리, 재규어에서 감히 이런 차를 만든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2002년 카이엔의 등장은 파격이고 혁신인 건 분명하지만, 마니아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의 정체성 훼손에 대한 거부의 몸부림이었다. 처음에는 만들 일 절대 없다고 못을 박았던 페라리마저도 지금은 SUV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SUV 성능 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레드오션화가 한참 진행된 마당에 SUV로는 늦깎이 데뷔한 재규어는 우려와 달리 강한 존재감으로 파문을 던졌다. 재규어 사상 첫 SUV이면서 등장과 함께 좋은 평가를 받아 지금도 사랑받는 SUV가 바로 F 페이스다. 게다가 많은 매출을 올려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간 연식 변경을 통해 편의사양을 개선하는 등 상품성을 꾸준히 끌어올렸는데, 이번에 체커드 플래그 에디션(Chequered Flag Edition)을 내놓았다. 체커드 플래그는 자동차 경주에서 쓰이는 용어로 레이스 결승선에서 우승자를 향해 흔드는 깃발이다.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레이스의 마지막을 의미하는 신호로 사용된다. 한 치 양보 없는 자동차 경주의 환희와 긴박함이 고스란히 담긴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름만 놓고 보면 최상위 고성능 트림인 SVR과 더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시승차는 인제니움 엔진을 품고 있다. 그렇다고 공들여 만든 특별판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400마력짜리라고 해도 손색없는 디자인



F타입과 쏙 빼닮은 테일램프


가장 ‘아름다운 골반’을 갖고 있는 브랜드

첫인상은 극적인 디자인 변화가 없지만, 에디션임을 강조하고 있다. 곳곳에 깃발 무늬를 새긴 가니시가 눈에 들어온다. 전용 범퍼와 그릴, 보디킷, 사이드 벤트, 윈도 서라운드에 글로스 블랙으로 마감해 스포티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디자인은 400마력짜리라고 해도 손색없다. 바퀴는 19인치 글로스 블랙 피니시 휠을 달아 통일성을 살렸다. 전체적인 외관은 XF나 XE를 위아래로 확장한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재규어의 우아함을 잃은 것은 아니다. 프론트 노즈가 길고 다소 경사진 D필러가 한눈에 봐도 재규어라는 걸 알 수 있다. 프론트 미드십에 가까운 레이아웃은 정통 고급차에 어울리는 실루엣을 만들어 낸다. 프론트 액슬 전방에 엔진이 배치된 우루스, 카이엔, Q8의 전투적인 인상과는 사뭇 다르다. F 페이스의 측면은 복잡한 선들이 교차하거나 과장스러운 부분이 전혀 없다. 금형 기술이 제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억지스러운 디자인은 완성도를 해치기 마련. 그런 의미에서 이 차는 현존하는 가장 아름다운 SUV 중 하나가 아닐까. 



실내는 자극적인 포인트는 다소 없지만 대신에 질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인컨트롤 앱과 애플 카플레이는 인식뿐 아니라 매끄러운 응답성을 제공한다


실내는 체커드 플래그 로고를 더한 메탈 트레드 플레이트, 메시드 알루미늄, 알루미늄 트림 피니셔로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줬다. 가죽 시트는 콘트라스트 스티치로 마감해 기존과 차별화했다. 1열 10방향 파워시트에는 4웨이 전동식 럼버 서포트를 더해 편안한 운전자세를 만들어 준다. 2열 전동식 리클라이닝 시트는 장거리 주행에도 승객의 피로도를 줄인다.  



경제성이 뛰어난 인제니엄 디젤 엔진



사이드 벤트에 체커드 플래그 가니시를 더했다


수려한 외모에 고효율 파워트레인이 최고의 장점

시동과 함께 인제니엄 엔진이 깨어난다. 메케한 가솔린 재규어의 배기 사운드를 기대했지만, 이 차는 디젤이라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방음 차음이 잘 돼서 그런지 실내가 무척 조용한 편. 디젤 특유의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비결은 알루미늄 엔진 블록을 사용해 무게는 덜고 롤러 베어링, 캠 샤프트에 초-저마찰 기술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윤활과 쿨링 시스템을 통해 강력한 성능과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덕분에 4기통 2.0L 터보 디젤 유닛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를 낸다. 촘촘한 기어비의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과 찰떡궁합이다. 




드라이브 컨트롤 시스템을 통해 스텐다드, 에코, 다이내믹, 빗길/빙판/눈길 모드가 제공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에코에서 100km를 주행하니 평균 연비 14.3km/L가 나온다. 이 차의 공인연비 12.9km/L(고속도로)보다 무려 +2.4km가 높은 수치다. 컴포트에서도 14km/L대를 유지했다. 수려한 외모와 달리 뛰어난 경제성까지 갖춘 이 차의 매력에 금세 빠지게 되었다. 비록 짜릿한 성능 수치는 아니지만 액셀 페달을 밟으면 재규어 특유의 민첩성을 경험할 수 있다. 체커드 플래그 모드를 선택하면 확실히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스티어링의 반응을 쥐어짜 공도에서는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달리기를 맛볼 수 있다. 제법 가혹하게 몰아붙였는데 평균 연비는 아직 10km/L대를 가리킨다.    

F 페이스가 데뷔한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풀체인지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외모와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는 여전히 빼어나다. 특히 외관은 도심형 SUV 중 누가 뭐래도 제일 멋지다. 사실 자동차든 자전거든 예뻐야 한 번은 더 탄다는 것이 기자의 지론이다. 누구에게나 디자인의 정의와 기준이 있겠지만, 평소 재규어를 조금이라도 흠모했다면 당신의 곁을 지킬 수 있는 존재로 F 페이스는 어떨까? 




글 맹범수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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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