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핵심협약 3개 비준안 의결…“선진국이 이행해야 할 당위적 의무”

ILO 핵심협약 비준, 국격·국익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
“국회 논의과정서 노사 의견 한번 더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해 지원”

정부는 7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3건에 대한 비준 동의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것과 관련, “ILO 핵심협약 비준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익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번 비준안 의결과 관련해 지난 6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국민들도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 기대뿐 아니라 걱정도 많으실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토대로 노사와 함께 상생 도약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ILO 핵심협약이란 국제 노동권 관련 규범 중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8개를 가리키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이 중 4개의 핵심협약을 아직까지 비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105호 협약을 제외한 3개 협약(29호, 87호, 98호)의 비준동의안과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병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비록 20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통과되지는 못했으나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다시 국회에 제출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병역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로 제출했고 3개 핵심협약 비준안은 7월 국회 제출을 추진 중이다. 


임 차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가급적이면 금년도에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87호 협약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이며, 노사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단체의 설립 및 가입, 활동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제98호 협약은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의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이며, 노사의 자유로운 교섭 보장과 노조활동에 대한 불이익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등을 반영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제29호 협약은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이며,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4급 보충역 대상자에게 복무선택권을 부여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국무회의 의결 후 국회에 제출됐다.


임 차관은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는 의미에 대해 “먼저, ILO 핵심협약 비준은 우리나라의 국격과 직결된다”며 “ILO 핵심협약은 전 세계 어느 노동자라도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가장 보편적인 규범이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ILO에 가입한 187개 국가 중 약 80% 정도가 8개 핵심협약 전체를 비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1996년 OECD 가입 당시부터 최근까지 국제사회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해 왔으나 아쉽게도 24년째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관련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하지 못하고 있다.


임 차관은 “K-방역으로 높아진 우리나라 국격을 고려할 때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자 선진국이 이행해야 할 당위적 의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기본권의 범위를 넘어 국익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노동권 보호 미비에 따른 불이익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ILO 핵심협약 미비준으로 인해 한·EU FTA 분쟁해결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지난 한·EU 정상회담에서도 EU 정상은 한·EU FTA 이행 강화와 함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했다.


임 차관은 “이처럼 ILO 핵심협약은 단순히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통상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으며, 핵심협약 비준이 되지 않을 경우 EU 측의 다양한 비무역적 조치를 통한 압박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일이며, 잠재된 통상 리스크를 해소하고 국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은 사회적 대화를 거쳐 마련된 균형 잡힌 대안”이라며 “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이 10개월간 사회적 대화를 진행했으며, 비록 노사정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노사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권고한 최종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정부입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입법안은 ILO 핵심협약 비준뿐 아니라 노사관계 현실을 반영해 균형 잡힌 대안을 만들고자 고심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임 차관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사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국회 논의과정에서 노사의 의견이 한 번 더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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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