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 등 폭스바겐 그룹 내 승용 브랜드 완성차 2024년까지 해상 운송
유럽發 중국向 승용차 해운 전체 물량 단독 수주… 사상 최대 계약으로 비계열 비중 확대
현대글로비스가 유럽 최대 완성차 제조사 폭스바겐 그룹과 5년 간의 장기 해상 운송 계약을 맺었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등 폭스바겐 그룹 내 전 승용차 브랜드가 유럽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완성차 전체 물량을 단독으로 해상 운송하는 계약이다.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부터 따낸 해운 계약 중 사상 최대다.
글로벌 SCM 전문기업 현대글로비스는 독일 자동차 제조기업 폭스바겐 그룹 물류 자회사인 ‘폭스바겐 콘제른로기스틱(Volkswagen Konzernlogistik GmbH& Co. OHG)’과 유럽발 중국향 완성차 해상 운송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히고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Wolfsburg)에 본사를 둔 폭스바겐 콘제른로기스틱은 폭스바겐 그룹 내 12개 완성차 브랜드의 조달·생산·판매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는 2024년 12월까지 5년 간(기본 3년+연장 옵션 2년) 폭스바겐 그룹이 유럽에서 생산한 승용차를 매월 10회에 걸쳐 독일 브레머하펜(Bremerhaven)항과 영국 사우샘프턴(Southampton)항에서 상하이(上海), 신강(新港), 황푸 등 중국 내 주요 항으로 단독 운송한다.
현대글로비스가 2008년 자동차운반선 사업에 진출한 이래, 비계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와 체결한 해운 계약 중 물량 면에서 사상 최대 수주 실적이다. 운송 물량은 현대글로비스와 폭스바겐 그룹 양사 협의 하에 비공개 하기로 계약했다. 이번에 계약한 해상 운송 구간은 세계 자동차 해운 구간 중 물량 규모 면에서 최대로 평가되는 구간 중 하나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계약으로 다른 항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송 화물이 부족하던 유럽발 극동향 노선의 선복을 대규모로 채울 수 있게 돼 선대 운영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대폭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그 동안 한국에서 유럽에 완성차를 수출한 후 극동 지역으로 돌아오는 선박에 선적할 현지 화물 유치에 힘을 쏟아 왔다.
뿐만 아니라, 극동에서 미주, 미주에서 유럽, 유럽에서 다시 극동으로 연결되는 전 세계 완성차 해상운송 핵심 항로의 물동량을 모두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자동차운반선이 공선(空船)으로 운항하는 구간을 최소화하고 선박 적재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운송 효율성 극대화는 물류비 절감으로 이어져 향후 신규 화주 발굴 시에도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5년 장기 계약이 화주와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분석했다. 통상적으로 완성차 제조사와 선사 간 주요 해상 운송 계약 기간은 약 2년 내외 단기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당사의 해상 운송 역량을 높이 평가해준 폭스바겐 그룹 측에 감사하다”며 “자동차운반선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고품질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비계열 물량 확대 가속도… 지난해 비계열 완성차 운임만 1조원
이번 장기 계약으로 현대글로비스의 비계열사 완성차 해상 운송 매출 비중 역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의 완성차 운반선 사업부문에서 비계열사 매출은 2016년 약 40% 수준이었다. 2017년 42%, 2018년 44%로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53%로 급격히 확대됐다. 자동차운반선 부문에 적극적인 투자와 영업으로 작년 처음으로 비계열 매출이 그룹 매출보다 더 커졌다.
2019년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 해상 운송 사업 부문에서 2조 51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해운 매출 기반이 운송 요금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및 중장비 제조사 등 비계열 기업으로부터 운임으로만 약 1조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폭스바겐 그룹 장기 운송 계약에 힘입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영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본계와 유럽계가 과점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운반선사 시장에서 유일한 한국계 국적선사인 현대글로비스의 비계열 매출 증가세에 가속도가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인 17개의 자동차 메이커와 물류 계약을 맺고 있다. 이외에도 덤프트럭·포크레인 등과 같은 중장비와 중고차 수출입 물량을 운송하며 비계열사 매출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 적극적인 투자와 치밀한 영업 전략으로 ‘대박’ 계약 결실
지속적인 신조선 투자를 통한 운송 효율성 확보와 글로벌 화주와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 치밀한 영업 전략이 현대글로비스 신규 수주의 성공 키워드다. 해운사업 진출 이래 자동차운반선대를 꾸준히 확대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90여척의 선단을 꾸렸다. 또한 차량을 7300대까지 대량 수송할 수 있는 ‘포스트 파나막스(Post-Panamax)’형 자동차운반선을 선제적으로 늘려가는 등 운송 원가를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계약을 위해 작년 3월 스웨덴 선사 ‘스테나 레데리(Stena Rederi)’와 유럽에 합작회사인 ‘스테나 글로비스(Stena GLOVIS SE)’를 설립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합자사의 유럽 내 해운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폭스바겐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년간 준비한 현지 영업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원활한 환적과 수출입에 유리한 자동차선 전용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완성차 해운 실적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는 경기도 평택과 전라남도 광양에 자동차선 전용부두를 운영하며, 육상 운송에서 수출입물류, 해상 운송에 이르는 일관물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 항에 64만㎡ 크기의 자동차 수출입 야드(Yard)를 개소하는 등 독보적인 완성차 해상 운송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물류 해운 시장에도 큰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 수주를 계기로 위기를 극복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화주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쳐 자동차운반선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세계 톱 물류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경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희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