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사용료 감면 8월까지 연장·항공운송 관세인하·공공 차량 조기구매
해운사에 최대 4600억 신규 유동성 지원…홍 부총리 “추가 지원방안 강구”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항공사와 지상조업사에 대한 공항시설사용료 감면·납부유예를 8월까지 연장한다.
또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해서는 필요시 추가 유동성 지원을 검토하고, 주력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안전망도 강화하는 등 긴급자금 수혈에 나섰다.
정부는 2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코로나19 주요 주력산업 대응방안’을 확정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근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훼손으로 우리 주력산업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동차, 항공, 해운, 정유, 조선 등 주력산업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0% 수준, 수출은 약 30%를 차지하고, 종사자수가 약 60만명에 이르는 만큼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공항사용료 감면·저비용항공사 3000억 지원
정부는 항공사와 지상조업사에 대한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과 납부유예를 당초 5월에서 8월까지로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공항이용 여객수가 전년 동월 대비 60%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다.
또 정류료와 계류장 사용료는 전액, 착륙료는 10∼20% 감면하고 공항시설 사용료와 구내 영업료는 전액 납부를 유예해준다.
이번 감면·납부유예 조치로 기존보다 각각 273억원, 367억원의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별 재정 여건을 고려해 항공기 재산세에 대한 한시적 세율인하와 징수유예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 중구와 서울 강서구는 조례로 재산세율 인하를 추진 중이다. 재산세율을 0.3%에서 0.25%로 인하하면 약 53억원의 감면 효과가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항공사에 대한 유동성도 공급한다. 대형항공사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통해 지원하되, 기금 설치 전 긴급자금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먼저 지원한다. 저비용항공사는 3000억원 안팎의 긴급 유동성을 조속히 집행하되, 필요시 추가 유동성 지원을 검토한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에는 각각 544억원, 진에어에는 300억원, 제주항공에는 400억원, 티웨이에는 60억원을 각각 지원했고, 제주·이스타항공에는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후 1500억∼2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항공지상조업, 면세점, 공항서비스업을 특별고용업종으로 지정하고, 항공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인력공급업 근로자도 특별고용업종에 준해 지원할 계획이다.
◇항공운송 관세인하…공공부문 차량 조기구매
자동차산업과 관련해서는 부담 완화와 수요 창출 등 ‘투트랙’ 접근으로 지원한다.
먼저 항공운임 관세특례 대상 부품을 차량용 전동기, 여과기 등으로 확대한다. 이와함께 부품 수입과 관련한 관세와 상반기분 부가가치세 납기를 최대 12개월 연장하고 최대 9개월 징수 유예를 지원한다. 징수 유예 기간 중에는 연 9.125%인 가산세가 면제되고 압류·매각 등 강제징수가 보류된다.
정부는 수입부품의 주요 보세구역(인천·김해·부산 등 공항·항만)에 재고를 현행 2∼3개월에서 최대 1년 범위 내에서 필요시까지 장기 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자동차 부문 수요 창출을 위한 대책도 내놨다. 정부·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차량 8700대를 조기 구매하고, 계약 때 선금을 최대 70% 수준으로 지급키로 했다.
구매보조금 중 전기화물차에 지급하는 비중(7만3000대 중 5500대) 확대도 검토한다. 전기승용차 수요가 감소하는 대신 전기화물차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했다.
정부는 내달부터 ‘부품기업 사업재편 지원단’을 가동해 산업생태계를 보호한다.
자동차연구원에 설치돼 코트라(KOTRA),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대한상공회의소 등 관련 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해 부품기업의 미래차 사업 전환을 위한 컨설팅과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해운사에 최대 4600억원 신규 유동성 지원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물동량 감소세가 확대된 해운산업의 경우 해양진흥공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
3월 중 중국의 생산 회복에도 불구, 1분기 주요 항로 물동량은 감소(미주 △11.1%, 구주 △4.8%)했다.
코로나19 피해대응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 지원을 최대 2600억원까지 확대하고, 중소선사 회사채매입(1000억원) 등 최대 4600억원의 신규유동성을 지원한다.
또 선사의 선박을 매입한 뒤 이를 해당 선사에 다시 빌려주는 해양진흥공사의 ‘세일 앤드 리스백’(S&LB·Sale and Lease Back) 프로그램 관련 지원규모를 2000억원 확대하고 원리금을 1년간 납부 유예해주는 대상을 확대한다. 선박금융 지원규모도 1000억원 확대할 계획이다.
해양진흥공사가 해운사 선박에 후순위 투자자로도 나선다. 선박담보비율을 현행 60∼80%에서 최대 95%로 변경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지원하는 선사의 유동성이 악화하면 추가 금융지원을 한다. 지원 규모는 1000억원이다.
◇정유업 유류세 등 납기 연장…조선업 수주지원
정유·조선업에는 유류세와 관세 등 세금 납부기한 유예와 금융 지원 등을 통해 현장 수요에 대응한다. 유류세의 경우 올해 4월 신고분의 납기를 7월 말로 3개월 연장한다.
수입 관세와 부가세는 올해 3월 신고분 납기를 5월 말로 2개월 연장한다.
조선산업은 8조원 규모의 제작금융 지원을 지속하고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규모를 유지하는 동시에 적기에 발급해 적극적인 수주 지원에 나선다.
특히 중소조선사에 대해서도 기존 RG 보증 2000억원을 지속해서 지원한다.
정부는 해양플랜트 등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보세 적용(수입신고·과세 보류 혜택) 원재료 범위를 마무리 공정, 사후관리 등에 필요한 부품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 422억원 규모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이 밖에 올해 6월 말에 끝나는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업종 지정을 6개월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력산업 금융안전망 강화
정부는 주력산업(중소·중견·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안정망을 강화한다.
먼저 2·3차 자동차 부품업체를 원청업체 부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외상 매출 채권의 효력 상실 위험성을 제거한 ‘팩토링’을 신규로 추진한다. 하청업체가 원청업체로부터 받은 외상 매출 채권을 인수자에게 매도해 현금화(팩토링)하는 과정에서 원청업체 부도 위험을 신용보증기금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완성차와 조선사 등에 납품하는 부품·기자재 업체들의 제작비용 지원을 위해선 납품계약서 기반 보증도 강화한다.
신보는 한도심사 완화, 보증비율 상향(95%), 보증료율 인하(0.3%포인트↓) 등으로, 무역보험공사는 한도심사 완화, 보증기간 연장(1년), 보증료율 인하(50%↓) 등으로 업체를 지원한다.
수출기업에 대한 시중은행의 무역금융 공급 위축 시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신규 거래 지원 등을 통해 보완 역할을 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번 대책 이후 국내외 경제·금융시장 동향 및 유동성 등 산업별 경영여건 등을 모니터링해 신속 대응이 필요한 주력산업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협력 하에 추가 지원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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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