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車 판매·물류 그룹 ‘창지우’와 현지 중고차 및 해운사업 위한 합자사 2개 설립
중고차 유통 및 완성차 해상운송 내년 초 전개 계획…신규 시장 개척, 점유율 확대 나서
현대글로비스가 중국에 중고차 및 해운사업 관련 합자사 2개를 동시에 설립하고 현지 사업 확대에 고삐를 죈다.
글로벌 SCM 전문기업 현대글로비스는 28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판매·물류 그룹인 ‘창지우(長久)’와 중국 현지 중고차 유통 및 완성차 해운사업을 위한 2개 합자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식에는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사장)를 비롯해 보스지우(薄世久) 창지우 그룹 회장 등 양사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계약으로 현대글로비스는 중국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베이징창지우글로비스자동차서비스’와 해운시장 확대를 위한 ‘상하이창지우글로비스해운’(이상 가칭) 법인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합자회사는 현대글로비스의 중국 현지 법인인 베이징글로비스와 창지우 그룹 자회사인 창지우 기차, 창지우 물류가 각각 출자해 세우는 구도다.
현대글로비스와 손 잡은 중국 창지우 그룹은 1997년 설립돼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완성차 물류, 신차 판매, 특장차 생산, 자동차 금융 등 자동차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전체 매출은 약 7조 원을 기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올해 5월 창지우 그룹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그 일환에 따라 이번 합자회사 설립이 추진된 것으로 양사 협력의 기틀이 다져진 것이다.
◆ 양사 협업 신호탄 중국 ‘중고차사업’= 합자사 설립으로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높은 시장 성장률을 보이는 중국 중고차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앞으로 중고차사업 합자사는 창지우 기차가 중국 현지에 보유한 신차 딜러점의 영업망을 이용해 중고차사업을 전개한다. 현재 창지우 기차는 중국 전역에 75개 딜러점을 통해 13개 완성차 브랜드를 유통시키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노하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도 성공 DNA를 심겠다는 각오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경기도 분당에 중고차 경매장을 처음으로 열고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경기도 시화, 경남 양산 등 전국 대표 지역에 대규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창지우 그룹은 먼저 내년부터 창지우 기차의 딜러가 집결해 있는 광시성에서 중고차 판매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2021년부터는 창지우 그룹의 제휴금융 딜러가 집중 분포한 허난성, 산시성, 쓰촨성으로 사업을 확대 전개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개년간 총 7만여 대의 중고차를 유통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자동차유통협회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중고차 판매량은 1382만 대로 총 거래액은 약 133조 원을 기록했다.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이지만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 판매량(2808만 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진국의 경우 중고차 거래량이 신차 판매량의 2배 수준이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중국 중고차 시장은 매년 15% 가량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3년 신차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 대륙 밖으로…해상에서도 펼쳐지는 협업= 양사의 해운사업 합자사는 우선적으로 동남아시아를 타깃으로 한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내년부터 중국~한국~홍콩~필리핀을 오가는 동아시아 노선의 출항이 시작되고, 이후 태국~인도네시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한 동남아 노선이 돛을 달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60여 척의 완성차운반선(PCTC)대를 운영하며 중국 완성차 수출 시장 점유율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창지우 물류 역시 중국 연안을 오가는 선박 6척을 보유하고 연간 70만 대의 완성차를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양사의 역량이 결합된 사업 시너지가 기대된다.
양사는 아시아 역내 전용 선대를 구축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각오로 현대글로비스는 합자사 설립으로 미취항 노선을 개척해 영향력을 강화하고 원가 절감을 기대한다. 창지우 그룹 역시 신규 수익 창출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적으로 해운사업 합자사는 신규 대형 화주사 물량을 수주해 중국발 자동차 운반선(PCTC) 포워딩 사업으로 영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고차, 프로젝트 화물 등 신규 물량 공동 개발에 나선다.
특히 해운사업 합자사는 이번에 함께 설립한 중고차사업 합자사와 함께 중고차 수출 물량 확대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중국 현지 중고차 해상 수출 사업은 올해 새로운 국면을 맞아 성장 기대감을 키운다. 중국은 그간 중고차 수출을 금지했지만 경제활력을 촉진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지난 5월 수출 허용을 공식화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10개 도시를 수출 시범도시로 정하고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미국 등 선진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고차 수출 비중이 전체 거래량에서 10%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의 중고차 수출은 잠재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중고차 판매가 늘어나면 신차 교환으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기대돼 자동차 업계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회복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 향후 중국 내 다양한 사업도 협업= 현대글로비스와 창지우 그룹은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중국 중고차사업에서 연착륙한 후 다양한 분야로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양사는 중고차, 해상운송 사업을 넘어 현지에서 협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중국 현지 내륙 완성차 물류사업 확대에 양사의 관심도가 큰 만큼 협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지우 물류는 현재 중국 현지의 대부분 완성차 업체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중국 본토에서 완성차 운송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양사 간 물량 연계 운송이나 운송 자원의 공용을 통한 사업적 협업이 가능하다.
아울러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유럽 물류 거점을 활용해 중국~유럽을 잇는 철도 물류사업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철도를 이용해 중국과 유럽을 오가는 창지우 물류의 완성차 운송물량이 최우선 검토 대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폴란드 동부 국경 인근에서 운영 중인 완성차 물류기지를 환적 거점으로 활용해 창지우 물류의 운송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물류기업으로 중국 시장 개척을 통한 현지 사업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과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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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