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비상 (飛上), LINCOLN AVIATOR

링컨의 비상 (飛上)

LINCOLN AVIATOR



 

항공기에서 영감을 얻은 링컨 SUV 에비에이터는 멋진 외관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405마력을 내는 V6 3.0L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조절식 에어 글라이드 서스펜션은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큰 덩치와 어울리는 테일램프 디자인 


Quiet Flight 

‘고요한 비행’을 표방한 에비에이터를 시승하라는 초청장이 날아왔다. 비행사를 뜻하는 에비에이터란 이름과 잘 어울리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첫인상은 링컨의 플래그십 SUV라는 느낌이다. 우람한 차체 크기를 보면 더 이상 체급을 올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이보다 더 큰 네비게이터가 최상위 플래그십 위치에 있다. 네비게이터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경쟁 모델이기 때문에 국내 환경에서 운용하기란 다소 부담이 가는 사이즈다. 그런 점에서 실질적으로 여유롭게 탈 수있는 모델은 에비에이터가 아닐까 싶다.



 

측면은 프론트 미드십에 가까운 엔진 배치덕에 전통적이면서 웅장한 실루엣이다. 캐릭터 라인도 일직선으로 쭉 뻗어 시원스럽다. 차체 패널에 굴곡을 주지 않아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대신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수직형 프론트 그릴과 수평 벨트라인이 백미다. 리어 역시 일체형 바 타입 테일 램프를 휘감아 통일성을 유지했다.



B필러에 달린 키패드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도어를 열 수 있지만 그리 요긴하지는 않다 


2억짜리에 필적하는 고급성

시승차에 오르려는데, 도어가 열리지 않았다.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B필러에 달린 키패드에서 비밀번호를 치자 문이 열린다. 이 차는 키리스 엔트리 키패드(keyless entry keypad) 기능을 품어 키가 없어도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도어를 열 수 있다. 가뜩이나 비밀번호 홍수 시대인데 자동차 문마저도 비밀번호를 쳐야 하다니…… 그다지 유용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을을 담은 크롬 사이드미러 


시승에 앞서 약간 빈정이 상했지만, 콕핏의 호화로움에 불편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독일 3사의 불만 중 하나는 소재다. 1억짜리인데도 가죽이 형편없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우드그레인 쓰는 데도 상당히 인색하다. 2억을 넘어서야 비로소 좋은 소재를 경험할 수 있는데, 링컨은 고급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



피아노 건반에서 영감을 얻은 센터페시아의 구동계 조작 버튼 


시승차는 블랙 레이블 트림으로 최상급 가죽과 우드, 메탈 재질을 아낌없이 썼다. 플라스틱도 좋은 재질을 사용해 감촉이 훌륭하다.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은 8개 헤드라이너, 28개의 스피커를 통해 가슴을 울리는 사운드를 선사한다. 아울러 다양한 경고음과 알림음은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직접 녹음했다고. 감성을 자극하는 신선한 시도다.



최상위 트림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외관에서 파란색 로고와 휠 스포크 디자인으로 구별할 수 있다 


뛰어난 성능과 하체 세팅

신식 건물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좁은 데서는 다소 신경이 쓰이는 덩치다. 게다가 액셀 조작에 따른 파워트레인 반응이 빨라 저속에서도 400마력짜리 차라는 느낌이 강하다. 한산한 곳이라면 상관없지만, 도심지 주행에서는 발재간을 부려야만 울컥거림을 줄 일 수 있다. 올림픽 도로나 강변 북로 같은 막히는 도로에서는 반자율 주행을 사용하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페달을 깊숙이 밟자, 맹렬한 가속과 멋진 배기 사운드를 선사한다. 자연흡기 엔진 소리인가 생각했지만, 이 차는 분명 터보차저를 달았다. 전 영역 풍부한 토크는 물론 빠른 스로틀의 응답성은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부추긴다. 여기에 노면 충격을잘 다스리는 자동 조절식 에어 글라이드 서스펜션의 도움을 받아 롤스로이스, 벤틀리 못지않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주행 모드는 5가지. 시승 때는 노멀과 익사이트만 사용했다. 스포츠 모드 격인 익사이트는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을 최대한 쥐어짜 덩치에 걸맞지 않은 놀라운 성능을 선사한다.



 

에비에이터는 라이벌인 BMW X5, 제네시스 GV80, 폭스바겐 투아렉보다도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링컨이란 브랜드의 빈약한 이미지를 고려했을 때여전히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 여기에 몇몇 맹목적인 링컨 실더들의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팬심으로 이해한다 해도 링컨 이미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성비로 따지는 서열화 놀이는 럭셔리를 표방하는 링컨에게 득이 될 게 없다. 부끄러움의 몫은 링컨이 되니까 말이다. 다른 걸 다 떠나 이번 에비에이터는 정말 뛰어난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이름처럼 비상(飛上)하길 기대해본다.


 


글·사진 맹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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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기자 다른기사보기